어둑시니 : 어둠과 귀신이 합쳐진 조선시대 요괴

어둑시니

1. 서론

한국 설화에는 어덕서니나 아둑시니 혹은 아둑시니라고 불리는 요괴가 있다. 표준국어사전에는 '어둑시니'로 기재되어 있지만, 귀신이라고 정의되어있지는 않다. 어둑시니는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으로 묘사된다. 이번 글에서는 이 불가사의한 생명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2. 어둑시니와 그슨대

어둑시니는 고려시대에 처음 등장하여 조선시대 요괴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같은 한국 요괴인 그슨대와 상당히 비슷한 요괴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둑시니는 단순히 사람들을 장난 삼아 놀라게 하는  '요정'에 가깝지만 그슨대는 사람을 해치는 '악귀'라는 점에서 둘은 차이점이 분명하다.

 

※그슨대 : 어둠 속에 선 거대한 것이라는 뜻으로, 물리공격을 받을수록 강해진다. 정신력이 강하면 퇴치되는 어둑시니와는 달리 오히려 용감한 사람일수록 상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가재를 좋아하고, 어린아이들이 가재를 잡으러 개울에 갔다가 실종되면 그슨대에게 잡혀갔다고 한다. 너무 밝은 밤에는 힘을 쓰지 못한다는 설도 있다.

 

 

 

3. 특징

어둑시니는 어둠 그 자체를 상징하며 신기하게도 사람이 보면 커진다. 위를 바라볼수록 더 확장되어 그 존재감에 압도당할 정도라고 한다. 반대로 억지로 시선을 아래로 향하게 하면 어둑시니가 점점 작아지다가 결국 사라진다고 한다. 한마디로 관심을 주지 않고 무시하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스스로 사라지고 덧없는 요괴이기도 하다.

 

4. 어둑시니가 수호신?!

어둑시니의 '어둑'은 어둡다는 '어둠'과 귀신을 뜻하는 귀화어 '시니'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고대 문헌에서는 "어두운 곳처럼 어두웠다"와 같은 표현이 어둑시니를 묘사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고려시대 때 어둑시니니가 수호신이었다는 말리 널리 퍼졌으나 시니라는 말의 무게감만 보고 누군가 지어낸 것이 퍼진 것이다. 아무래도 지금처럼 밤에도 환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닌 시대였다 보니 어둠이라는 단어가 주는 경외감과 공포가 그 당시에는 상상이상이었던 걸로 보인다. 그러니 어둑시니를 애써 수호신으로 만들었지 않았을까?

 

5. 해석

어둑시니가 관찰하면 커질 수 있는 능력 또한 어둠에 대한 그 당시 사람들의 공포가 얼마나 컸는지를 반영한다. 결국 어둑시니는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어둠을 퇴치할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가 지닌 경외감과 신비성을 강조하는 대상이라는 결론이 도달한다. 왜냐하면 어둑시니는 어찌 됐던 사람을 해치지는 않기 때문이다.

 

6. 결론

최근 드라마 악귀에서 어둑시니가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주인공이 염해상이 어둑시니에 홀려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자의로 빠져나오지 못하자, 귀신들이 싫어하는 해가 뜨는 동쪽으로 향행 일출로 인한 햇빛을 받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귀신들은 사람을 놀라게 하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해코지를 하는 경우는 흔치가 않다. 어둑시니 같은 경우에는 아예 사람을 해코지하지 않는 걸 보면, 우리나라 특유의 정(情)이라는 정서가 귀신이야기에도 들어가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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