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한일전 후기 : 우리는 우물안의 개구리였다

WBC 한일전 후기

결과에만 급급한 국민성

예전 쌍팔년도 때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스포츠에 인색했다. 금메달만 인정했고 국가대표가 지는 걸 용납하지 못했다. 그들은 항상 결과를 내야 했었고 그동안의 노력과 상관없이 결과가 안 좋으면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세대도 바뀌었다. 노력과 열정을 인정해 주기 시작했다. 메달의 색깔과는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는 국가대표의 모습에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는 게 요즘 우리나라 국민들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과 변하지 않는 모습이 하나 있다.

 

 

 

한일전의 특수성

바로 한일전. 역사적으로도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관계이고 우리나라 입장에선 절대 지면 안된다는 생각이 시대가 변해도 남아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한일전은 종목을 불문하고 초미의 관심이다. 더군다나 야구 한일전은 축구와 마찬가지로 온 국민이 관심이 쏠리는 종목이기도 하다.

 

전성기가 지난 한국야구

어제 WBC 한일전은 4:13 극적으로 콜드 패는 면했다. 경기 내용은 서로 간의 격차가 확연하게 드러났다는 것과 앞으로 더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속고 있었다. 10년 전 혹은 20년 전 우리나라 야구 대표팀이 세계무대에서 항상 미국, 일본, 쿠바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비등비등한 결과를 보여주니 그게 지속될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이대호, 추신수, 정근우 등 82년생 특급타자들이 쏟아졌고, 더불어 박찬호, 김병현, 류현진 같은 시대의 에이스들이 같이 등장했기에 가능했던 앞으로는 다신 올 수 없는 한국야구의 최고 전성기였다.

 

한국과 일본의 야구 차이

열을 식히고 가슴이 아닌 머리로만 생각해 보자. 8,000개의 고등학교 야구팀이 존재하는 일본과 80개의 야구팀이 존재하는 한국이 그동안 비빔밥처럼 비벼낸 것만 해도 용하지 않나? 확률로만 따져도 우리나라에서 이정후 같은 초일류선수가 한 명 나오면 일본엔 100명이 나온다는 소리다.

 

그리고 100명 중엔 오타니 같은 괴물도 한두 명 나올 테니,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개인종목이야 김연아나 장미란 같은 선수가 나오면 금메달을 딸 수 있고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지만 야구는 최소 선발만 10명이 경기를 뛰어야 하고, 백업선수들까지 포함하면 20명이 훌쩍 넘어간다. 한마디로 김연아, 장미란이 나와도 못 이긴다는 소리다. 이렇게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를 하려 해도 최근 야구팀의 행보는 석연치 않다.

 

열정이 없는 한국대표팀

우선 플레이에 열정이 보이지 않는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다는 걸 영광으로 생각하고 죽기 살기로 게임을 하던 모습이 사라졌다.특히나 한일전엔 더 악착같이 경기를 했고 마음가짐이 일본선수들보다 앞서기에 그동안 비빌 수 있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야구 역사상 최고의 주루플레이어를 양준혁으로 뽑고싶다.주루플레이를 잘해서 최고로 뽑는 게 아니라, 평범한 내야 땅볼 하나에도 1프로의 가능성을 보고 죽기 살기로 1루를 향해 뛰어가는 모습 때문이다. 그런 모습이 지금 우리나라 선수들에겐 보이지 않는다. 멋지게 2루타를 치고도 세리모니 하느라 기본적인 베이스에서 발을 떼는 실수를 범해 아웃을 당하는 강백호의 모습에서 실망만 늘어갈 뿐이다.

 

도망가는 투수들

또한 투수들이 너무 쫄고 들어가더라.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주고 오타니 명성이 지레 겁먹고 2 스트라이크를 잡고도 땅볼투구를 해서 볼넷을 주는 등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하는데 그 놀음이 우리는 안 됐다. 오히려 홈런을 처 맞더라도 정면승부하다가 졌으면 이렇게 찝찝한 마음은 없지 않았겠나?

 

전략의 실패

감독 포함 코치진에게도 실망했다. 리그 경기와 국제대회 같은 단기전은 다르다. 단기전라면 전략적으로 게임을 짰어야 했다. 1차전인 호주전에 이기고 있을 때 불펜으로 김광현을 투입해 모든 걸 쏟아부어 확실하게 경기를 잡아가야 했고 상대적으로 열세인 일본전엔 힘을 뺐어야 했다. 조별리그에서 지더라도 상위 라운드에서 이겨서 복수하면 되지 않나? 최대한 스스로를 파악하고 경기에 임했어야 했다. 너무 안일하고 평범하게 장기적인 리그 운영식으로 했던 게 패착이라고 본다.

 

알루미늄 배트의 필요성

마지막으로 어제의 경기결과와는 별개로 고등학교 야구 관해서 한마디 하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 세계 유일하게 고등학교 야구에서 알루미늄 배트가 아닌 나무배트를 쓰고 있다. 나무배트를 쓰는 이유는 알루미늄 배트의 반발력이 세서 타구가 강하고 멀리 나가서 안전문제로 바꾼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무배트 사용으로 인해 중, 고등학교 때부터 투고타저현상이 심해져 야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흥미를 잃고 기피하고 투수들은 본인 실력이 좋은 줄 착각하고 노력이 더 이상하지 않아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버린다. 미국과 일본이 프로에서만 나무배트를 쓰는 이유는 다 있는 것이다. 알루미늄배트의 반발력을 조금 조절하는 방안을 내어서 다시 우리도 회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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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마무리

'프로와 아마추어의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다'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돈을 받고 하는 프로와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는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마음가짐부터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에 이런말이 있는 것이다. 앞으로 경기를 하게 될 체코전과 중국전은 프로선수가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이다. 한마디로 야구를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다.

 

"설마, 지겠어?"라고 다들 생각하겠지만 공은 둥글고 야구는 9회 말 2아웃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혹여나 이 경기들을 지기라도 한다면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제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보여주길 바라는 게 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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