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폭을 하거나 제대로 당해보진 않았다.
하지만 학폭을 당하면 얼마나 힘들고 괴롭고 비참한지
어느 정도 짐작은 간다.
중학교 2학년 때 수학여행 때 있었던 일이다.
경주에 갔었는데 이리저리 구경하러 다니다가
한 명과 나도 모르게 어깨빵을 했다.
쌔게 서로 친 것도 아니고 살짝 부딪힌 거라
난 그냥 웃고 지나갔다.
근데 상대방은 기분이 더러웠나 보다.
저녁에 숙소에 다들 모여서
카드를 치길래 그거 구경하고 있었는데
아까 어깨빵한 걔가 자기를 따라오라는 거다.
난 순순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1학년때부터 소위 말하던 일진이었기 때문이다.
방에 데리고 들어가더니 난데없이 커터칼을 꺼내며
내 목에 대고 죽고 싶냐고 했던 것 같다.
아무 말 못 하고 가만히 있으니
다른 애한테 때릴 것 가지고 오라면서
가지고 온 게 대나무로 된 막대기였다.
그걸로 엄청나게 맞았다.
주위에 다른 반애들이 날 조롱하듯이 쳐다보고
그 앞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맞고 있는 내 모습이
아픈 것보다 너무나도 비참했다.
나름 존심이 있어서 그렇게 처맞고도
우리 반애들이 있는 방으로 돌아가서는 아무렇지 않게 있었다.
다음날 저녁에 단체 목욕탕을 갔었는데
친한 친구가 너 등에 그게 뭐냐며
수없이 아로새겨진 상처들을 보며 물었지만
그냥 병신 같은 존심에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
딱 한 번이었다.
근데 25년이 지난 지금도 일 년에 한두 번은
그때 생각이 난다.
성인이 되고 덩치도 커지고 힘도 나름 세다고 자부할 때
그 일진을 만나면 죽여버리겠다고 생각도 했다.
한 번도 소식을 들은 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지만
그때 받았던 마음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다.
학폭은 당한 사람에겐 평생의 아픔으로 남는다.
쉽게 잊어라. 용서해라라는 알량한 단어로
이해를 바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단 한 번의 폭행도 지금껏 남아 날 괴롭히는데
주기적으로 매일매일 학폭에 시달리는 이들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비참할까?
요즘 매체에 보면 유명인들이 과거 학폭 폭로로 인해
활동을 접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폭로하는 사람들도 얼마나 괴롭겠냐?
'잊고 싶은데? 지우고 싶은데? 그게 안되는데?
왜 저 새끼가 티비에 나와서 착한 척 순진한 척하고 있는 거지?'
'인과응보'
인생이란 게 그렇다.
본인이 행한 행동들은 결국 다시 대가로 돌아온다.
인생의 진리이자 이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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